[Carbon Neutrality] ② 스포츠 현장에 부는 친환경 바람
MZ세대는 운동하면서 쓰레기 줍는 ‘플로깅’ 실천

©홍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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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13~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서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렸다. 그런데 고막을 뚫는 듯한 굉음과 매연이 연상되는 일반적인 자동차 경주대회와는 사뭇 풍경이 달랐다. 대회명은 '2022 하나은행 서울 E-PRIX(이하 서울 E-프리).' 포뮬러E 월드 챔피언십의 시즌 마지막 대회(15~16라운드)다. '포뮬러E'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원(F1)'의 전기차 버전이다. 두 대회 모두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한다.

몇 해 전 한국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에서 열렸던 F1은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로 자동차 팬들을 열광시켰다. 시속 300㎞는 기본이고 380㎞에 육박하는 속도를 냈다. 서울 E-프리에 출전하는 자동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280㎞다. 하지만 성능이 떨어져서 그런 건 아니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등 주로 도심에서 열리는 포뮬러E의 특성 때문에 일부러 성능에 제한을 걸어뒀을 뿐이다.

포뮬러 원과 포뮬러E의 근본적인 차이는 환경에 대한 접근법이다. 포뮬러 원을 비롯한 각종 모터스포츠는 그 동안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화석연료와 내연기관을 사용해 온 모터스포츠는 온실가스 문제로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IA가 내놓은 대안이 전기차 대회인 포뮬러E다.

친환경 대회를 표방하는 포뮬러E는 2020년 국제 스포츠 대회 중 최초로 '넷 제로(탄소 배출량 제로)' 인증을 받았다. 경기 중 파손된 차량 잔해나 사용한 타이어 등도 모두 재활용한다. 덕분에 포뮬러E는 '지구를 위한 레이스'라는 별칭을 얻었다. 제이미 리글 포뮬러E 최고경영자(CEO)는 "포뮬러E는 저탄소 중심의 사업이다. 전기차 뿐만 아니라 지구를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스피드에 환경까지 생각하는 포뮬러E 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게 돼 흥분된다"고 말했다.

반(反)환경적이던 모터스포츠의 변신은 스포츠계에 불고 있는 탄소중립 바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도 '친환경'

2년 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0 도쿄하계올림픽 때 자랑스러운 태극마크를 단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특별한 옷을 입고 시상대에 섰다. 역대 '팀 코리아' 단복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친환경 리사이클링 소재를 적용한 단복을 입은 것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시상식 단복으로 입은 '팀코리아 트레이닝 재킷'은 한 눈에 보기에는 보통의 트레이닝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국가대표 단복은 신축성과 내구성은 물론 냉감 및 UV차단 기능까지 갖춘 친환경 기능성 제품이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오랫동안 국가대표 단복을 책임져온 노스페이스(영원아웃도어)는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 전원에 고기능성 친환경 단복을 제공했다. '팀코리아 공식 단복'은 시상용 단복을 비롯해 트레이닝 단복과 선수단 장비(신발, 모자, 백팩 및 여행가방 등) 등 총 17개 품목으로 구성됐다. 이 중 13개 제품에 리사이클링 폴리에스테르와 리사이클링 나일론 원단 등 친환경 소재가 적용됐다. 업체 측은 "선수 1명에게 지급되는 공식 단복을 통해 약 100개의 폐페트병(500㎖ 기준)을 재활용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대표팀 단복이 업그레이드됐다. 노스페이스는 이 대회 때는 시상식 단복을 포함해 총 19개 품목으로 구성된 베이징 동계올림픽 대한민국 국가대표 '공식 단복'을 지원했다. 친환경 혁신 기술인 '노스페이스 K-에코 테크'는 19개 품목 중 16개 제품에 적용됐다. 선수 한 명에게 지급되는 공식 단복에는 도쿄올림픽 때보다 2배 많은 200여개의 페트병이 재활용됐다.
 

국내 스포츠에 부는 친환경 바람

'산림과 환경을 훼손하는 스포츠'란 평가를 받곤 하는 골프계도 친환경에 열심이다. 지난해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은 'ESG(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테마로 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장 곳곳에 자투리 마스크 원단, 마스크 불량품 등을 활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플라스틱 화분을 배치했고, 포토월은 살아 있는 식물을 활용한 '에코월'로 만들었다. 또 공식 생수는 종이와 사탕수수로 제작한 친환경 종이팩에 담아 제공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골프산업과 친환경의 양립 가능성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KB금융이 스폰서로 나선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및 KLPGA 투어 대회도 ESG 테마로 꾸며졌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로 만들어진 캐디 조끼를 제공했고, 해저드 조형물도 로스트볼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국내 프로야구는 구단과 모기업이 함께 친환경 활동에 나서고 있다. 환경의 달인 6월에 SSG 랜더스는 모그룹 계열사인 SSG닷컴, 환경재단과 함께 '제로웨이쓱트 캠페인'을 진행했다. SSG 구단은 경기 중 선수들이 사용하다 부러진 배트를 재활용해 기념 물품을 제작했고, 당일 경기 입장고객에게 친환경 종이로 제작된 응원도구를 증정했다. SSG닷컴은 배송용 종이봉투를 재활용한 응원도구를 배포하는 등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다양한 실천을 선보였다.

롯데 자이언츠도 모기업 계열사 롯데케미칼과 함께자원선순환 프로젝트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 선수단은 올 시즌 프로젝트 루프를 통해 폐페트를 재활용해 제작한 친환경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유니폼을 만드는 데 쓰인 폐페트는 모두 부산 지역에서 수거한다. 올해는 재활용 소재 범위를 페트 외에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플라스틱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생활 스포츠에서 실천하는 친환경

생활 체육에서도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다. 버추얼 대회로 열린 2021 서울마라톤대회는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플로깅(plogging) 이벤트를 마련했다.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플로깅은 이삭 등을 줍거나 모은다는 의미의 스웨덴어 '플로카 우프(plocka upp)'와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다. 운동과 친환경을 동시에 실천하는 플로깅은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등산을 하면서 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클린 하이커'와 바다 속 쓰레기를 줍는 '스윔 픽'도 대표적인 생활 속 친환경 활동이다. 보통 사람들도 길거리를 걷거나 산책을 하면서 얼마든지 환경 보호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MVP에 선정된 일본인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는 쓰레기 줍는 스타로 유명하다. 그는 남이 길바닥에 버린 복(福)을 줍는 기분으로 쓰레기를 줍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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